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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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속설이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종교 재판을 받은 뒤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했다는 카더라이다. 불변의 법칙이다. 갈릴레오 갈릴레이 이전에도 지구는 돌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리고 정설이 되었다. 지구가 돈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수 없이 많은 책들과 우리의 교과서에서 여러 근거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누군가 공원 한복판에서 “지구는 돌지 않는다! 지동설은 거짓이다!“라고 외치면 반박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몇몇 사람은 비웃으며 지나갈 것이다. 그만큼 지동설은 사실이고, 여러 과학적 근거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천동설을 주장하는 것은 웃긴 짓이라고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도 그만큼 ‘웃긴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지구가 평평하다’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 글에서는 왜 지구가 둥근지에 대해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교과서에도 나와있는 정보이다.

트위터에서 핫한 다큐멘터리이고, 또 넷플릭스에서 추천영상으로 떴기 때문에 의미없는 짓을 하는 스마트폰 중독자보다는 이런 교육적인(?) 다큐멘터리를 보는 스마트폰 중독자가 되는 게 나아서 영상을 보기로 했다. 다 보고 난 뒤에 말할 수 있는 것은, ‘재미있게 봤다’이다. ‘저런 사람들도 있구나’라는 생각과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들을 나에겐 익숙치 않은 글로 써보려고 한다.

이 영상은 ‘마크 서전트’라는 지구평평설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유명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음모론 신봉자였고, 그가 지구평평설을 믿게 되면서 지구평평설의 증거를 담아놓은 영상을 2년 전 업로드하면서 지구평평인들(Flat Earthers)에게 유명세를 탐과 동시에 여러 지구평평인들을 양산했다. 영상에 중간에서 “전 연예인이 아닙니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I’m Mark Sargent”라는 문구가 써진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것부터 충분히 관심을 얻고 싶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음모론자에 관심을 얻고 싶어한다? 충분히 ‘지구평평인들의 왕’이 될만하다.

그가 속해있는 커뮤니티의 지구평평설은 고대인들이 믿은 평평한 지구와는 격을 달리한다.

사실 남극이 60m의 벽으로 지구를 둘러싸고 있음. -> 음… 뭐 그렇다고 치자.


지구 위에는 반원의 투명한 껍데기가 둘러싸고 있고 껍데기와 지구 사이에 달과 태양이 돌아다님. -> 어… 음…


그런데 그 껍데기는 투명하진 않고, 디스플레이임! 수많은 별들도 디스플레이에서 보여주는 거고 그건 미국 정부와 NASA가 조작하는 거임!!!! -> 뭐?????????

여기까지만 들으면 이들의 주장은 더 들을 필요가 없다. 마크는 아직 음모론자이다. 지구평평인들은 음모론자와 다를 바가 없다. 현실을 자신의 주장에 맞게 왜곡한다. 아무리 맞는 근거를 보여주어도 모두 조작되었다고 생각한다. 음모론자들은 세력이 그리 크지 않다. 그들이 권력의 중심에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음모론들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뭉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주장을 주위 사람에게 계속 말하지만 무시당할 때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주위 사람들의 무시로 현실에 낙담하지 않고 더욱 힘과 용기를 얻어 현실과 멀어지게 된다. 그의 마음 속의 ‘생각’이 완벽한 ‘확신’이 되는 것이다.

마크와 그의 커뮤니티는 영상 속에서 나날로 성장한다. 심지어 국제 컨퍼런스까지 열 정도로 세력이 커졌다. 국제 컨퍼런스 속에서도 마크는 그들의 유명인사이다. 기조연설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사진을 찍는다. 국제 컨퍼런스 중 마크는 카메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은 자신이 가짜 속에서 사는 걸 알고 그 세상을 떠날 수 있었던 이유는 잃을 게 없기 때문이었어요. 다른 사람을 생각해보세요. 그 도시의 시장을 생각해보죠. 돈과 여자가 있는데 세트장의 문을 열고 정체모를 악을 마주하겠어요?


카메라맨: 그러면 마크는 평면 지구 이론의 시장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고민)

맞다. 마크는 지구평평인들의 시장이다. 마크가 후에 지구가 둥글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마크는 이 커뮤니티를 떠날 수 있을까? 지구평평설로 유명세를 얻고 인간관계가 넓어졌는데? 지구평평설을 저버린다면 그 시점의 마크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다. 커뮤니티에서 인정 받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마크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현실로 돌아오기 힘들게 만든다. 영상에서는 이혼까지 하고 지구평평설을 지지하는 사람이 나온다. 그렇게 현실에서 고립되기까지 하며 지구평평설을 믿는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는 그들을 음모론자로도 보지 않는다. 그냥 한번 웃고 잊어버린다. 그러나 영상 속의 지구평평인들은 진지하다. 춤추며 파티하려고 컨퍼런스를 연 것이 아니다. 자신들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는다. 그러나 우리가 자꾸 비웃을수록 지구평평인들은 자신의 커뮤니티에서만 대화를 하고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이미 지구평평인들만 가입되어있는 만남 페이스북 그룹이 존재할 정도이다. 우리의 비웃음이 자꾸 그들을 코너로 몬다. 그리고 점점 더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그들의 삶의 목표는 결국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되어간다. 그들의 인생에서 지구평평설을 빼면 자신들은 특별하지 않은 존재가 된다. 고립되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렇게 말한다. 이들을 경멸하지 말고 대면하라고. 나는 과학계의 인물도 아닌, 그저 인터넷 속 사람1이지만 영상에서 말하는 것처럼 과학계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짐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의 가르침과 반하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학생을 이상한 취급하고 왕따시키면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학교폭력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일어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사회와 고립될 것이다. 학교의 가르침이 무조건 옳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립시키는 것은 절대 최선이 아니다. 고립 시키는 것보다는, 사회의 구석으로 몰기보다는 사회에 더 녹아들 수 있도록 해야한다. 나는 이 이야기가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지구평평설과 다르지 않다. 현실과 인연을 끊고 인터넷 커뮤니티의 관계 속에만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고립된 자신을 받아주는 곳은 그곳뿐이니까. 현실과 달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을 인정해준다. 현실과 달리 나를 비웃지 않는다.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 속에서 나는 네임드이다. 이 점이 고립된 사람을 커뮤니티에서 빼내기 힘들다. 현실은 나를 배척하니까. 마크 자신이 직접 언급한 ‘가짜 도시의 시장’인 것이다. 이 ‘시장들’을 다시 현실로 복귀시키는 것은 사회 구성원인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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